직장 내 괴롭힘 혹은 성희롱 신고 자체는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어렵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여 피해자가 이를 신고하게 되면 회사는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이 때 가해자(행위자)의 입장에서는 신고 행위 자체가 가해자 본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정말로 피해자의 신고 행위가 가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까요?
먼저 명예훼손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명예훼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구분됩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에서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제2항에서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할지라도 그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경우 명예훼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신고자에게 명예훼손 죄를 적용한다고 한다면 괴롭힘이나 성희롱 행위가 사실인 경우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명예훼손의 판단 시에는 아래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1. 특정성입니다. 특정성이란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실명이 언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 초성으로 특정 업체를 비방한 경우에도 해당 특정 업체가 유추될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된다고 본 경우도 있습니다.
2. 공연성입니다. 공연성은 전파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즉 공공의 여러 사람에게 사실이 전파되거나, 그러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판례는 반드시 공공장소에 유포된 것이 아닐지라도 특정인을 통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연성을 인정하기도 하므로 공연성의 인정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3. 비방성입니다. 이는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비방하고자 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비방 목적이 아닌 공익 목적인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 혹은 성희롱으로 회사 혹은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를 하게 될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할까요? 괴롭힘 혹은 성희롱 발생 시 노동관계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혹은 성희롱에 대해 비밀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조사가 개시되면 담당자, 참고인 등 조사와 관련된 인물들에게는 조사 사실이 알려지게 됩니다. 이 경우 위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발언 상대방이 직무상 비밀유지 의무 또는 담당 공무원이나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 공연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 특히 발언 상대방이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으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되고,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또한 최근 골프장 직원이 사규를 위반하여 비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출입금지 처분을 요청하기 위해 허위사실이 기재된 '(징계)요청서'를 제출한 사건에서 담당 직원에게 요청서를 제출한 행위가 공연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인사담당자에게 성희롱이나 괴롭힘 행위를 신고한 행위가 명예훼손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5도15619 판결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공소외인을 통하여 위 회사에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에 대한 출입금지처분을 요청하기 위하여 그 담당자에게 요청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적시한 허위사실이 담당자인 공소외인을 통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징계 사실을 사내에 게시할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징계 사실을 회사에 게시하는 것은 어떨까요? 징계 절차에 착수하게 된 경우 이러한 내용을 사내에 게시하거나 이메일로 전파하는 경우 징계 대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징계 회부 사실을 사내 게시판에 공개한 사건에서 공공의 이익을 부정하면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징계 사실에 대해 회사에 공개할 때에는 징계 대상자나 징계 내용이 특정되거나 유추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6416 판결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해자에 대한 징계 의결이 있기 전에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는 가볍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공지하는 것이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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